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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땅, 좋은 씨앗...


   

이현주 목사의 이야기 (풍경소리에서) <황상근(베드로)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20-12-03 15:03:06 , 조회 : 330 , 추천 : 25



친구 북산(北山)의 교회 주보(‘민들레교회 이야기’)에 권정생의 글이 실렸다.
“이현주는 뺑덕이만도 못한 놈”이라는 내용이었다. 뺑덕이는 그 집 개 이름이다. 그냥 그렇다고만 했고,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으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사흘을 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정생이 형’이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말하기를 이현주는 개만도 못한 놈이란다.
나이 마흔에 아내 아닌 여자와 ‘불륜’에 빠졌다가 그것이 옹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병든 사랑이고 거기가 천국인 줄 알았는데 지옥인 것을 알고 어렵게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아마도 소문을 들었던 것 같다. 생각이 이에 미치니 더욱 서운하고 억울했다.

자기하고 내가 그동안 어떤 사이였는데, 내가 자기를 얼마나 존경하고 의지했는데, 무슨 소문이 들리면 이런저런 소문이 들리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정말 그랬느냐고, 왜 그랬느냐고, 본인한테 한 번쯤은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소문을 사실(査實)해본 다음에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흘을 방구석에 틀어 박혀 울고 있자니 아내가 보다 못해 한 마디 한다.
“그만 좀 해요. 이현주는 잘못하면 안 되나? 이현주는 억울한 소리 들으면 안 돼?”
이 한 마디가 나를 살려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울음은 그쳤지만 서운한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안동 쪽으로는 일체 연락을 끊었다. 전화도 편지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절교된 상태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미련 없이 모든 인연을 끊어버렸다. 일 년쯤 세월이 흘렀다.

하루는 종로서적 이철지 사장이 충주로 와서 나를 납치하다시피 자기 차에 태우고 안동으로 달렸다. 뭐라고 저항하는 것도 우습지 싶어서 그냥 따라갔다.

권정생은 집에 있었다. 얼굴을 정면으로 볼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맨 안쪽에 이 사장, 중간에 권정생, 그리고 문간에 내가 앉았다. 둘이 뭐라고 말을 나누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을 등지다시피 돌아앉아서 방문만 바라보았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어떤 손이 더듬거리며 내 손을 찾아와 잡고는, 파르르 떨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꽉 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따뜻했다. 그 손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만 하자. 권정생은 잘못 좀 하면 안 되나?” 지나간 일 년 세월이, 그동안의  서운함과 어색함과 그런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     *      *
많은 저술과 강연뿐 아니라 영성적 삶으로 유명한 목사로 생활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깊은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했습니다. 그 부인의 사랑이 담긴 채찍 같은 말이 그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그만 좀 해요. 이현주는 잘못하면 안 되나? 이현주는 억울한 소리 들으면 안 돼?”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한 종로서적 이철지 사장의 사랑과 먼 길 여정도 놀라웠습니다.

<황상근(베드로)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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