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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안경 <황상근(베드로) 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20-08-06 10:29:38 , 조회 : 183 , 추천 : 23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안경을 분실하였습니다. 그날도, 다음날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길을 걸었지만 안경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점에서 시력 검사를 했습니다. 너무 시력이 나빠 안과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과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검사 결과 눈동자 주위가 붉은 핏줄로 물들어 있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치료할 수 없으니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체하지 말고 빨리 가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갔더니 심한 당뇨병 때문에 눈이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그 외 다른 건강 기능도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이라는데 내 눈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전파된 것입니다. 눈동자 주위에 붉게 물든 영상이 아른거리고 미사경본의 글자도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시력이 큰 손상을 입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저는 병원에 거의 안가는 편이었지만 나에게 당뇨병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약 2년 전에 당뇨가 없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받으며 음식을 조심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눈병도,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안경을 잊어버리지 않았더라면 눈과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안경을 찾았더라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습관 때문에 노인병으로 생각하고 살았을 것입니다.

“‘병은 삶이 잘못되었다’는 경종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은 좋은 경종입니다. 당뇨병을 치유하려면 음식 조절과 운동,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악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신다”라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성당에 들어가 기도 중에 지난 사건들이 떠오릅니다. 안경을 잃지 않았으면 시력과 건강을 잃고 불행해질 뻔했는데…. 다시 건강한 몸으로 주님 제단 앞에 앉아 시편을 읽는 것에 감사드렸습니다. 수없이 기도할 때마다 큰 은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서 말씀이 살아있고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말씀이 마음에 오래 머물러 묵상도 길게 했습니다.

늘 기도 생활이 부족했고 오래 머물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지속될지는 몰라도 기도가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기도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기도가 이론적이고 추상적이었다면 이제는 생활에서 마음으로 하는 기도를 더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생활하다 보면 감사할 일들이 많습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도 했습니다. 좋은 말씀을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고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상으로 머리에만 머물 때가 많은데 생활에서, 사건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삶의 체험이 됩니다. 신자들은 복을 구하는 경향도 많지만 삶에서 겪게 되는 많은 고통 속에서 하느님께 다가갑니다. 이론적인 기도보다는 심각한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을 찾고 신앙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과 만나보니 신앙이 그들 안에서는 희망과 힘을 주는데 부유하고 이론적인 것은 신앙의 껍데기이다.” - <톨스토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일어나 하늘을 쟁취하는데 우리는 심장이 없는 학문으로 살과 피 속에서 뒹구는 구나.”
- <성 아우구스티노>


<황상근(베드로) 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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