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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 순국102주년 심포지엄-"배경과 논평에 대신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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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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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7 11:38:43 , 조회 :
2,147 , 추천 :
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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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논평에 대신하여"
함 세 웅 신부
1. 정양모 신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2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 평화연구원 운영위원들은 인사동 한 식당에서 2012년 3월 26일 안중근의사 순국기념 학술모임을 계획을 세우고 다음과 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 주제 : 안중근의 이해와 평가
제1주제-안중근과 프랑스 선교사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교회내의 안중근 이해와 평가
▽ 안중근의거 당시 뮈텔주교와 프랑스 선교사들의 안중근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대한
교회공동체의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 서울교구의 안중근 시복시성을 추진한 배경과 이유가 불분명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안중근에 대한 교회사적인 해석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 이러한 연구들은
▽ 안중근과 프랑스선교사들과의 관계와 안중근 의거에 대한 그들의 평가를
역사적으로 고증하여 교회 내에서 공유하고,
▽ 서울교구의 안중근 시복시성을 위한 평가와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먼저
안중근과 의거에 대한 교회의 역사적 평가를 재해석하여 공개적으로 이를 공유
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제2주제- 일본교회의 안중근의거와 안중근에 대한 이해와 평가
일본과 일본교회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입니다
제3주제- 안중근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이태진을 중심으로, 안중근의거가 고종의 밀명을 받은 김두성에 의해 안중근에게 전해진 당시 조선 고위층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왜곡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분명한 평가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사실 서울교구의 염수정 주교는 2011년 초에 느닷없이 안중근의사 시복시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안중근의사와 교우들 그리고 역사 앞에 정직하지 못한 얄팍한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중근의사 시복시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의사에 대한 평가, 곧 그분의 삶과 고민, 신앙생활과 교육사업 그리고 항일 독립군 투쟁과 이등박문 제거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뿐아니라, 안중근의사 의거일인 10월 26일과 순국일인 3월 26일을 교구가 체계 있게 기억하고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안의사의 행업에 대한 공감과 그 삶에 대한 존경 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가뭄에 콩나듯 시대의 요구에 따라 마지못해 안의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시복시성을 추진한다니 황당무계(荒唐無稽)했습니다. 친일파들이 앞장서서 항일독립투사들을 기리고 높이는 우리 현실의 부끄러운 행태가 버젓이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재현되는구나 하는 씁쓸하고 무거운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이에 주교회의 시복시성과 관련한 관계위원에게 문의했더니 그것은 서울교구차원의 사업일 뿐 아직 주교회의 분과에 제안된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 해주었습니다. 안의사의 시복과 시성을 논하려면 적어도 일상의 삶에서 사제와 주교 등 사목자들이 안의사에 대한 삶과 신념 그리고 그 깊은 신앙에 대한 체험과 공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깊은 체험과 공감 없이 시복과 시성을 언급한다는 것은 안의사와 모든 교우들 그리고 민족사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정신부님께서는 뼈있는 말씀으로 결론을 맺으셨습니다.
사료독점으로 전근대적 옹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한국교회사연구소와 그 실무자들의 각성을 촉구하시며 사료개방을 요구하신 다음 정신부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사료를 독점하고 타인들에게는 막는 결과는 참담하다. 이는 역사학, 한국사학, 한국교회사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처사다. 일례로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번역한 글들 가운데 오역이나 불통하는 단락이 더러 보여도, 프랑스어 또는 라틴어 원본을 볼 수 없으니 바로잡을 도리가 없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각성을 바란다. 그리고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상급기관인 서울 대교구에게도 한 마디 한다. 서울 대교구에서 안중근 시복시성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중근은 그 이름 석자로 위대한 평화주의자, 투철한 애국자, 진솔한 신앙인이라는 사실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굳이 무슨 감투를 보태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안중근 관련 사료를 개방해서 연구를 진작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2. 새 자료를 찾아 번역해주신 대목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빌렘 신부님께서 의도적으로 이 글을 남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빌렘신부님이 프랑스 로렌지방 교우들에게 보낸 1912년의 감사편지는 어떤 의미에서 안중근의사의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부터 1910년 3월 26일 안의사의 순국과 그 이후의 상황을 언급한 빌렘신부님의 자전적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 편지의 전반부에서 우리는 안중근의사의거 이후 빌렘신부님이 당대 선교사로서의 지닌 일반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09년 3월 7일 여순 감옥에 도착해 안의사를 만나시고, 고백성사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시며 성체를 영해준 그 장면의 기록 행간에서 우리는 빌렘신부님이 개인적으로 안의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은 물론 안의사의 의거에 대해서도 일정한 정도 그럴 수 있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안의사의 성실함과 믿음 덕분이며 빌렘 신부님 자신이 사제적 직무에 충실하심으로서 사목적으로 접근한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뮈텔 주교는 안의사의 의거를 근원부터 부정했을 뿐아니라 안의사의 정치적 선택과 결단에 대해 전혀 고심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에 아부하며 정치적으로 대응한 매우 미숙한 사목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빌렘신부님은 안의사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비록 동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사목자로서 안의사에게 달려가 그와 함께 기도하고 그의 고민과 그의 마지막 고백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훌륭한 사제의 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빌렘 사제가 안의사의 의거에 대해 100% 동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최후의 미사를 봉헌하면서 지녔던 신념,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미사봉헌 때의 감동 등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심장을 울리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빌렘 신부님이 자신은 일본애호(Japonophile) 성향이었고, 뮈텔주교 등은 처음에 반일(反日)이었다고 술회한 부분을 눈여겨보고 싶습니다. 정신부님께서 일괄하여 프랑스 선교사들이 모두 친일이라고 평가하셨는데 빌렘 신부님과 뮈텔 주교님 등은 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빌렘 신부님은 나름대로 한 원칙에 충실한 분으로, 비록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지만, 이 침략사실을 간과한 채, 조선인들이 일본에 순응치 않은 것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안의사를 면회한 이후 그는 적어도 안의사의 처지에서 한국인의 아픔을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자신 안에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뮈텔주교와 그 외 선교사들은 일본의 한국 침략과정에서 처음에는 반일적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그 후 일본이 침략에 성공하니 그 반일자세가 오히려 친일, 친권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뮈텔과 그외 선교사들의 일본 침략 전․후의 변심은 오히려 사목자답지 않은 부끄러운 권력지향적, 기회주의적 처세라고 생각합니다.
빌렘 신부님의 친일애호라는 표현은 오히려 그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 안중근의사를 통해 자신이 크게 변화되었음을 암시한 일종의 회심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뮈텔 주교 등은 처음에는 반일적이었다가 침략과정을 통해 그 뒤 친일인물로 바뀌었으니 이것은 일관성 없는 변심 또는 배신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뮈텔 주교는 한국교회와 미래를 위하여 대학 설립을 건의한 안의사의 제안을 한마디로 일축했습니다.
"한국인이 만일 학문을 하게 되면 신앙생활에 좋지 않을 것이니(不善於信敎)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마라." 안의사는 두 번, 세 번 다시 건의했으나 뮈텔주교는 묵살했습니다. 뮈텔주교의 패쇄적 답변에 안의사는 큰 충격을 받고 외국인 선교사를 능가해야 할 신앙인의 책무를 생각하고 더욱 성숙한 길을 걷게 됩니다.
또한 브레(Bret)신부는 빌렘신부를 통해 안중근의사의 생각과 계획을 알고 1906년 8월 15일에 원산성당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청한 안중근의사의 청을 거절하였습니다. 그가 어떠한 정치적 운동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확실하게 약속하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할 때 당대 프랑스 선교사들의 안중근의사에 대한 몰이해와 나라를 빼앗긴 한국인의 실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프랑스 선교사들의 한계를 가슴 아픈 마음으로 되새깁니다.
예수님의 강생은 그 민족, 그 문화와 하나가 되는 동체적 삶인데, 오랜 기간동안 선교사들은 이 핵심적 가르침을 놓친 채 침략제국의 한 구성원으로 살았을 뿐임을 오늘 함께 뉘우치며 교회공동체의 이름으로 속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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