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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복합적 교훈<희망세상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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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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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7 08:42:58 , 조회 :
2,584 , 추천 :
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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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복합적 교훈
〈희망세상〉 가족들께 정성된 마음으로 2월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몇 해 전부터 새해의 교훈과 의미를 1년 내내 되새기기 위해 그해 동물의 특성을 신학 상징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기도문을 만들어 교우들과 함께 바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의 진지함과 정성된 마음을 1년 내내 지니기 위해 그리고 매일 매일의 삶이 새해 첫날의 기도와 정성의 반복과 재현이 되기 위한 한 방법입니다. 이에 새해를 맞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호랑이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고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웠습니다.
첫째로,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맹수이기에 퇴치의 대상입니다. 밤길에 호랑이를 만나 물려죽었다는 옛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들어 잘 알고 있고 실제로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동물입니다.
그런데 둘째, 호랑이는 전설상, 그 용맹성 때문에 정의, 모성애, 그리고 효행의 표상과 함께 잡귀를 쫒아내는 신성(神性)의 상징적 동물로 문학, 미술 등 작품에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주역에 기초한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하고 군자는 표범같이 변한다"(大人虎變君子豹變)는 글귀는 호랑이를 대인과 군자의 표상 그리고 답답하고 정체되어 있는 이 썩은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새 세상을 이룩하는 혁명과 개벽의 표상으로도 해석하고 있음을 배웠습니다. 호랑이의 용맹성으로 부정과 부패, 불의와 모순에 가득 찬 이 세상을 송두리째 갈아엎어야 한다는 혁명적 발상을 꾀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의 중국 전설과 한국 전설은 내용은 같은데 끝 대목에서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상문학의 결실로 묵시문학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분명히 "그런 때가 있었다"는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위한 길잡이와 희망을 제시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 효행 설화는 병든 노모를 치유하기 위해 결혼한 효자가 개100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100일동안 매일 드리면 된다는 산신령의 계시를 받고 아내 몰래 부적을 사용하여 호랑이로 변신하고 또 사람으로 되돌아와 99일동안 개를 물고와 대접해 드렸는데 마지막 날 호랑이로 변신한 남편을 보고 깜짝 놀란 부인이 너무 무서워 부적을 찢게되자 그 남편은 호랑이로 남게 되고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전설은 호랑이로 남아 있던 남편이 아내에게 보복하고 이 때문에 어머니는 놀라 죽고 포수가 호랑이를 사살했다는 것이며, 한국전설은 호랑이로 남아 있던 그 남편이 너무 서글퍼 있던 터에 사냥하기 위해 산에 왔던 옛 친구를 만나 자신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여 담배를 얻어 피웠다는 얘기입니다.
이 전설이 호랑이가 효행의 표상이라는 배경입니다. 그 외 호작도(虎鵲圖)등에 나타난 많은 얘기들이 있는데 어쨌든 전설과 민담은 나름대로 선조들의 많은 교훈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민담과 전설, 신화를 해석학적 관점에서 현실과 연계하여 실존적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단군신화에는 두 주역 곰과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곰은 인내와 끈기로 마늘과 쑥을 먹으며 굴속에서 100일(어떤 문헌은 삼칠일 곧 21일)을 버텨 여인이 되어 환인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고 호랑이는 그 성급함 때문에 100일을 채우지 못한 채 굴에서 뛰쳐나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학자들은 고대의 토템사상, 채식생활, 제정일치체제 등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군신화는 고려시대의 승려 일연(一然)이 삼국유사에 기록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구전(口傳)이 있었습니다. 삼국유사는 1231년 몽고족이 고려를 침입하여 개성을 함락하고 불지르며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는 현장을 목격한 승려 일연이 민족의 생존,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의식을 지녀야 함을 확신하고 1281년에 집필한 작품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잡이기도 합니다. 몽고족의 만행 앞에서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곰과 같은 인내와 끈기이지, 호랑이와 같은 성급함과 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군신화가 우리 민족에게 제시한 역사적 교훈입니다. 사실 우리 민족의 성급함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어두운 토굴에서 100일을 견디어낸 곰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내와 끈기를 통해서만 꿈과 희망이 실현됩니다.
호랑이로 암시된 한탕주의, 거품문화, 허식의 문화를 청산해야 합니다. 호랑이의 용맹과 함께 우리는 곰의 인내를 묵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 우리는 대구 2․28학생의거 50주년을 맞아 불의에 항거한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기리며 민주주의를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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