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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부마항쟁과 김재규 부장의 결단 <희망세상 10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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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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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5 08:56:13 , 조회 :
2,635 , 추천 :
4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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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부마항쟁과 김재규 부장의 결단
오랫동안 우리는 별 의식 없이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신대륙발견' 이라는 주제로 서양사를 배우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3세계 학자들은 "아니, 발견이라니? 무슨 발견? 콜럼부스가 출생하기도 전에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라고 지적하면서 유럽 강자중심의 침략사관, 자본주의 사관의 오류를 시정했습니다.
올해 안중근의사의 하얼빈 의거100주년과 동시에 이등박문 피살 100주년이라는 동일한 역사적 사건 안에 담겨진 서로 다른 의미를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는 공동으로 논의하기 위해 학술모임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히틀러 나치 독재 때의 몸서리 쳤던 그 악몽을 생생히 기억하기에 독일인들은 그가 누구이든 그를 우상화하거나 또는 영웅시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학술모임 관계자가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독일인 특유의 냉정한 역사관으로 우리가 모두 되새겨야 할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역사란 하나의 해석학입니다. 어느 자리에서 어느 시각에서 역사를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바른 역사관을 지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 10월에는, 17일 부마항쟁 30주년, 26일 안중근의사 하얼빈의거 100주년, 그리고 묘하게도 같은 날 김재규 부장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며 그 생애를 마감시킨 30주년을 기념합니다.
오늘 저는 <희망세상> 가족들과 함께 부마항쟁의 과정과 김재규 부장의 행업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 독재체제 동안 늘 살벌했었지만 1979년은 더욱 두렵고 무서운 한해였습니다. 중앙정보부는 4월 16일에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을 발표하면서 이우재 강사, 전창렬 교수 등 7명을 구속하고 7월에는 오원춘 안동 농민회원을 납치고문하고 또한 경찰은, 공장폐쇄로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여성노동자 120명을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김경숙 양을 살해했습니다. 이와 관련 당시 신민당은 정부의 탄압을 받으며 10월 4일에는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국회에서 제명되고 10월 9일부터 11월 13일 사이에는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78명이 구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소불위의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한 여성노동자의 죽음으로 종말을 고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었습니다.
참으로 살벌했던 1979년 10월, 신민당 총재 김영삼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되자 부산과 마산의 청년학생 시민 등은 분노하여 궐기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10월 18일 0시를 기해 부산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각 대학 휴교조치를 단행했지만 부산, 마산 시민들은 계엄령을 반대하며 공화당 당사 앞에서 강력히 저항했습니다. 정부는 이어 마산과 창원에 위수령을 발동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장을 방문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이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사실대로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배석했던 차지철 경호실장은 "캄보디아에서는 수백여만명을 쓸어버렸는데 그까짓 1-2백만 정도를 죽여버리면 됩니다." 라고 말했고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과거 자유당 때에는 최인규, 곽영주 등이 발포명령을 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인 내가 직접 발포명령을 내리겠다. 누가 나를 어찌하겠는가"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발언을 듣고 김재규 부장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재판정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는 나라의 운명이 한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모순을 타파해야 한다는 확신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네 차례에 걸쳐서 여러 번 혁명을 구상했었고 이러한 물리적 방법이 아닌, 그야말로 박대통령 스스로 시정할 수 있도록 수백 번 건의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습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겠다고 다짐하며 사적관계를 넘어서서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단했습니다. 사실 그는 차지철 실장과 박정희 대통령의 대화내용에 대해 눈감고 외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공동선을 위해 유신의 핵을 제거했습니다. 부마항쟁과 김재규 부장은 유신독재를 종식시킨 귀중한 한 짝입니다. 그의 유언, 마지막 구절을 되새기며 모두 함께 역사적 책무를 깊이 생각합니다.
"국민여러분, 민주주의를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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