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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일은 없었는지] - 선포와봉사(사제들을 위한 강론집)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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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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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9 02:15:49 , 조회 :
3,128 , 추천 :
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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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일은 없었는지
사순절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마에 재를 받으며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창세기 말씀과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라는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사순절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지난 2월 16일에 선종하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을, 교우들은 물론 온 국민과 함께 기리며 기도했습니다. 사실 장례기간 동안 매일 방송 신문 등 모든 언론은 김추기경의 삶과 행업을 예찬하고 명동성당을 찾아 온 추모인파도 40여만명 이상으로 참으로 놀라운 기적 같은 일로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가톨릭인에게는 큰 자랑이며 선교적 측면에서도 예비신자들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견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수확이며 큰 결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그 후속조치와 실행에 있습니다.
언론의 과찬과 많은 추모인파에 대해 몇몇 심리학자, 사회학자, 종교학자들은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김추기경 증후군(症候群, syndrome)이라 부르며 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시대에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열망, 좌표가 없는 현실에서 이상적 지도자를 찾고자 하는 갈망, 목적의식을 확인하면서도 가시적 현상에 매몰되는 군중의 우상숭배심리 등 그 분석과 해석이 다양합니다. 분명한 것은 군중들의 이러한 쏠림현상이 신기하기도하고 한편 무섭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군중의 쏠림현상은 사실 큰 잠재력으로 핵의 힘과도 같다는 것입니다. 이 잠재력이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면 엄청난 창조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무서운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언론은 일구이언(一口二言)의 대명사로 국민을 기만해왔습니다. 언론의 '부추김'은 또한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그 언론이 7․80년대에 우리 가톨릭과 김추기경을 얼마나 무섭게 매도했습니까? 유다인들이 잔인한 나치 히틀러의 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면서 벽에 남겼던 글과 기도, 특히 '용서하라, 그러나 결코 잊지는 말아라'는 글귀를 바로 우리는 지금 한번 진지하게 되새겨야 합니다.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제대로 읽고 식별할 때 우리의 잠재력이 아름다운 창조적 힘이 됩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자 "호산나!" 를 외쳤던 바로 그 군중이 예수님에 대해 "십자가에 못 박아라!"라고 외쳤던 복음의 기록을 우리는 진지하게 묵상해야 합니다. 언론과 군중,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언제나 변절할 수 있는 죄성과 악성을 지닌 장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미사 중에 교우들과 함께 우리 신앙인들의 기본적 덕목을 되새기면서 과찬 앞에서 지녀야 할 겸손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반복한 김추기경의 유언을 묵상했습니다. 과찬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용서는 보편적 주제로 우주적 차원으로 확산해야 할 가치이며 특히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굶주림 속에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함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신문, 방송과 함께 우리가 놓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한달이 넘도록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그 가족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대낮에 별들은 안보이지만, 한밤중에 별들은 더욱 찬란합니다. 우리는 대낮의 모습만 예찬했을 뿐, 밤에만 빛나는 별들을 놓치지는 않았나 깊이 성찰합니다.
김추기경은 가난한 이들을 품으셨고 상계동 철거민들을 껴안으셨었는데 김추기경의 장엄한 장례 때문에 우리가 본의 아니게 「용산참사」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일 뿐아니라 김추기경께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인권회복과 민주화를 위한 투신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큰 나무만을 언급하지만 그 큰 나무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그 나무를 버티고 그것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땅속에 큰 뿌리와 털 같은 작은 뿌리들이 굳게 자리 잡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숱한 익명의 의인들 그리고 희생자들을 기려야 합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성인들을 훨씬 능가하는 숱한 익명의 성인들이 계실 것이라는 옛 스승의 말씀을 떠올리며 깊이 묵상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죄송한 마음으로 제대 앞에서 이마에 재를 받으며 진솔하게 고백한 루카복음 18장의 세리의 기도 "오, 하느님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반복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네트워크 준비모임에서 김형태 변호사는 김추기경께 대한 국민들의 추모열기와 사랑이 가득 찬 이 시기에도 살인범에 대한 일방적 보도로 국민들의 여론은 사형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사형을 반대했던 김추기경의 참 뜻을 우리가 깨달아야 한다며 또 그분을 진정으로 존경한다면 어떻게 이러한 현상이 있을 수 있는가 라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법무부를 주축으로 정부안에서는 이 기회에 우선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주장이 우선하답니다. 김변호사는 김추기경의 뜻에 따라 사형폐지에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습니다.
이제 김추기경은 무덤에 묻혔습니다.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기리던 우리가 그분의 뜻을 되새기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후속행업이 참으로 하느님과 그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임을 생각하면서 사순절의 다짐과 실천의 기도를 올립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저희모두 사순절의 행업인 자선, 기도, 재계에 충실하여 참으로 하느님 앞에 정화된 신앙인, 그리고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자가 되겠습니다.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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