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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희망세상 5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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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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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09:47:45 , 조회 :
2,394 , 추천 :
3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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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을 맞는 5월입니다. 30년 전 그날의 아픔과 상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의 절망과 좌절을 떠올리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그 긴 여정을 눈을 감고 생각하며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5월의 기도를 올립니다.
나치독일 히틀러 독재자에 의해 폴란드의 오스비엥칭(아유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어간 유태인들은 "하느님,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라고 절규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용기와 희망을 간직하며 "용서하라. 그러나 결코 잊지는 마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기억하라!' 기억은 인간의 특성입니다. 기억은 과거를 현재화하고 시공을 넘어 미래를 관통하고 선취하는 인간의 위대한 힘입니다. 기억이 바로 인간 실존의 바탕이며 영성의 근거입니다. 때문에 광주항쟁 30년의 기억은 바로 오늘, 현실을 진단하고 개혁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광주의 참상 속에서 희망과 부활을 다짐했던 숱한 벗들의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의 그 함성과 노래가 지금도 우리의 귓전을 때리고 있습니다. 가사를 다시 묵상합니다.
1.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2.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3. 산 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없이 어떻게 헤쳐 나가리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4.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피! 피!
<strong>망월동 옛 묘소</strong>
광주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저는 가끔 교우들과 함께 망월동 옛 묘역을 순례합니다. 광주의 영령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이 바로 무디어진 우리 마음을 초심으로 되돌려 놓는 회개와 정화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망월동 옛 묘소 앞에 서면 우리는 민족정기와 함께 새롭게 역사의식을 지니게 됩니다. 그곳이 바로 저항과 민족교육의 현장이며 평화와 통일을 샘솟게 하는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구 묘역 옆에는 5․18국립묘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5․18국립묘지를 처음 보는 순간 "이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과 함께 뭐랄까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로마제국 300여년동안 박해받으며 지하에서 숨어 지내던 그리스도교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신앙자유선언으로 하루아침에 화려한 권력의 교회, 황제의 비호를 받는 제국교회로 변질되었다는 이른바 '쇠퇴이론' 과 연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박해시대의 순수함을 상실한 제국교회는 오히려 복음의 본질을 잃게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형식과 그릇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형식과 그릇 안에 담긴 내용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왠지 혹시 핵심을 놓친 채 외형만 거대한 공간만 확보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진상규명을 분명히 하지 못한 실책 때문입니다.
그래도 5․18국립묘지 바로 옆에는 여전히 망월동 옛 묘지가 엄존해 있으니 참으로 다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망월동 옛 묘지는 장엄한 5․18국립묘지의 모체이며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5․18광주가 퇴색되고 국립묘지의 본뜻이 훼손될 때 망월동 옛 묘지는 고발자와 저항의 주체가 되어 우리 모두를 내려 칠 채찍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지금 저는 망월동 옛 묘지를 저항의 상징으로 그리고 5․18국립묘지를 평화와 결실의 상징으로 해석하면서 나름대로 종합을 꾀하고 있습니다.
광주항쟁 30년을 맞는 올해부터는 5․18국립묘지 행사에서 꼭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을 기념식의 주제가로 불러 우리 모두의 가슴에 붉은 피를 솟게 했으면 하는 꿈을 지니며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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